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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쌍궤(우서흔, 하여) 후기-- 자오자오무무 서사위주

by scylla 2026. 3. 2.
  • 타 커뮤니티에 올리려고 쓰기시작한거라 글이 반말인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결핍과 트라우마로 점철된 순애가 좋다


무무가 태어나자 얹혀 사는 처지인 진자오는 그애를 사랑하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을 거야
유일하게 엄마라고 할만한 위치인 강잉한이 무무를 편애하는데 질투해버리면 그 집안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을테니까
어린애는 사랑이 고플 수밖에 없고, 어린 진자오는 무무를 아끼고 돌보면 '엄마' 강잉한이 자신에게도 한 자락 애정을 기울여줄 거라고 생각했어 (라고 강잉한이 말해)
하지만 강잉한은 뭐든 미루고 책임감이 희박한 진창에 대한 미움을 진자오까지 투영해서 싫어했어 (라고도 강잉한은 고백했어)
진자오에게 사랑을 되돌려주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편애받으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도 못했던 말간 눈의 여동생 무무였어
그러니까 진자오가 어릴 적부터 무무에게 가졌던 애착은 생존과 애정결핍이 얽힌 굉장히 복잡하고 근원적인 무엇이었을거야
반면에 무무가 진자오에게 가진 애착은 그보다는 단순해
그녀에게 진자오는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작은 양육자, 그다지 책임감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아버지보다 더 아빠 같았던 오빠지
강잉한과 진창이 그렇게 싸워대지 않았다면 무무에게 진자오의 존재가 그렇게 커지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정적이었던 것은 강잉한과 진창이 매양 싸워서 어린 무무가 불안함에 떨었다는 거야. 슬프게도 무무보다 다섯 살이 많아도 역시나 어린애였던 진자오는 무무가 불안해했기 때문에 스스로는 불안해할 수가 없었어. 무무를 달래 주고 지켜 주어야 했기 때문에.
무무는 진자오에게 의지했고, 진자오는 울 줄 모르는 어린애로 자랐어. 
그러니까 말하자면 무무는 의존, 진자오는 강박이었다고 생각해.

솔직히 말해서 강잉한과 진창이 이혼하면서 진자오가 진창을 따라가게 된 것까지는 진자오의 정신건강에 더 나았다고 생각해.
정상 비정상의 측면에서 따지자면 친딸 무무를 편애하는 강잉한에게서 분리되는 게 정서적으로 더 나았을거야. 
진창이 재혼해서 또다른 친딸과 부인을 만들지 않았다면 말이지.
그렇게 어린날의 전부를 겉돌아야 했던 진자오의 성장과정을 "익숙해" 라는 대사가 함축해.

게다가 진자오가 던져진 환경은 애정 문제에 대처하거나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력도 주지 않았어. 돈 문제 말이야.
너무 어릴 때부터 돈을 벌고 온갖 더러운 사회에 휩쓸리면서 진자오는 애정을 주고받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됐어.
진자오가 무무 외의 여자들과 제대로 관계 맺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것은 진자오가 숨가쁘게 살아오느라 여력도 의향도 없기도 했지만, 애초에 어릴 적 가슴에 품고 있던 무무 외에는 다른 여자가 들어올 통로 자체가 형성되지 못했던 탓일 수 있다고 생각해.


꿈이 뭐야 라고 물었을 때 네가 행복한 게 내 꿈이야 라고 진심으로 대답하는 사람은 사실 그렇게 건강한 자아는 아니야. 무무를 사랑하고 아끼고 웃게 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생존 방법으로 각인했기 때문에 진자오는 무무와 재회했을 때 십 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살뜰하게 챙겨. 같은 맥락에서 진자오는 무무가 그를 공부 잘하고 품위 있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재회한 그녀의 앞에서 결코 떳떳하지 못해. 처음에 진창에게 '니 여동생이 왔다'고 전화를 받았을 때 진자오는 망연자실해서 깨진 거울 속의 엉망진창인 자신을 들여다봐. 아침저녁으로 그리워했지만, 이런 부끄러운 삶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아. 정확히는, 두려워. 그녀가 실망해서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까봐. 진자오는 무무의 편지를 지금껏 보관해 왔고, 진자오가 무무를 그리워하듯 무무도 그를 그리워할 거라는 희망을 가슴 한켠에 품고 있을 수 있었어. 무무와 정말로 다시 얽히는 것은 슈뢰딩거의 뚜껑을 열어 보는 것과 같아. 곱게 자랐을 그녀와는 달리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그를 무무가 받아들이고 계속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래서 진자오는 초반에 무무와 만나는 내내 눈 한 번을 제대로 못 마주치고, 그녀의 눈치를 봐.  '눈치 보는 어린애'는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얹혀 살던 진자오에게서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자아이기도 했을 거야.


겉보기에는 무무보다 훨씬 단단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표현하는 법도 배우지 못한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가장 맛있게 보여준 건 무무와의 첫키스 직후라고 생각해. 처음으로 오빠를 남자로 맛본 무무는 어쩔 수 없이 크게 놀라서 거의 울상으로 앉아 있지. 진자오는 남자가 키스 후에 드러낼 만한 의기양양함은 한 터럭도 없이, 여유가 전혀 없고 불안한 표정으로 무무의 눈치를 봐. 무무는 심지 굳게도 먼저 진자오의 손등에 손가락을 올려 괜찮다는 표현을 해줘. 진자오는 그제서야 무무의 손을 와락 잡고, 또한 그것을 절대 놓아주지 않아. 아니, 놓아주지 못해. 진자오는 무무가 겁먹고 도망갈까 봐 두려움에 떨었던거야. 이제 그는 정말로 무무를 잃을 수가 없었으니까. 

재회한 무무가 진자오에게 걱정과 사랑을 쏟아부어준 것은 어찌 보면 잔인하기까지 한 길들임이었어. 처음부터 결핍되어 있었고 어릴 적 그녀가 맛보게 해주었으며 십 년동안 부재했던, 진심으로 일순위로 걱정받고 사랑받고 소중히 여겨지는 감각을 무무는 천천히 끈질기게 되돌려주었어. 그리고 이들이 남매관계에서 남녀관계로 옮겨가는 과정에는 재미있는 역학이 있다고 생각해.
여기부터는 이견이 많을수도있는 내 사견인데, 나는 진자오가 무무를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유혹했다고 생각해. 무무를 되찾는 일에 있어서 남매관계는 법적으로 끝났고 가망이 없어. 또한 그것은 본질적으로 부모자식 관계에 기반해있기때문에 진창과 강잉한이 남남이 된 지금에 와서는 충분한 연결고리가 되어주지 못해. 이제 무무와 진자오를 확실히 묶을 수 있는 관계는 남녀관계야. 이게 불거진 시점은 처음에 진자오가 무무를 당겨서 오토바이 피했을 때 같아. 원작에선 더 명확히 표현되는데, 무무는 놀란 나머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진자오를 홱 뿌리쳐 버려. 진자오가 멈칫할 정도였지. 친남매가 아니라는 걸 무무가 알아버렸고, 커버린 둘은 더는 예전 같은 거리로 있을 수 없다는 걸 이 때 진자오는 깨달아버렸을 거야. 경종이 울리는 순간이었겠지.
이후 진자오는 무무가 다 자란 그에게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아. 말로는 그녀를 밀어내면서도 늘 먼저 얼굴을 들이밀고 품에 가두어. 그런 제스처는 분명히 진자오가 의도하는 것이 아니고, 혹은 스스로는 그녀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성적 긴장감을 주고 그녀를 유혹하려 하는 것을 스스로도 모르는 거라고 나는 해석해.


개인적으로 나는 단단한 사람들끼리의 안정감 있는 연애 이야기를 지루해하는 취향이야.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들은 상대가 절실하지 않아, 그런 관계는 현실적으로 건강하고 이상적이지만 드라마틱하지는 않지.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병적인데, 그런 닳고 이 나간 남녀가 서로와 혹은 세상과 끊임없이 어긋나면서도 어떻게든 서로에게서 구원을 얻으려 애쓰며 어딘가 슬픈 울림을 내는 이야기들을 나는 너무 사랑해.

끝으로, 쌍궤의 한 축이 '불가분' 이라면 다른 한 축은 '금기'야, 진자오와 강무가 사과 한 알을 나누어 베어 먹는 장면은 상징적이지. 둘은 최초에는 부모님의 사정 때문에, 재회하고서는 남매이기 때문에, 다음에는 무무를 고생시킬 수밖에 없을 진자오의 처지 때문에, 마지막엔 친딸 무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강잉한과 진창(원작 기준) 때문에 가로막히지. 거의 작품 내내 둘은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사이' 이기 때문에 둘이 명백히 이끌리고 마음을 확인하고서도 극의 텐션이 떨어지지 않아. 둘의 케미스트리가 만들어내는 성적 텐션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극의 텐션이 시너지를 내서 둘과 함께 레이싱을 하듯 도파민 터지는 경험이 될 거라고, 혹시 아직 감상하지 않았다면 나는 자신있게 추천해.
결말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 예측 가능한 일이라 스포를 해가며 말하자면, 진자오의 서사는 강잉한에게 사위이자 '아들'로 인정받는 것으로 완성돼. 의지할 어른 없이 자랐던 진자오의 어린시절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그는 드디어 어머니와 가족을 갖게 되었어. 

쌍궤는 뜯어보는 층위에 따라서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해석도 가능하다고 생각해. 나는 이 드라마를 가장 배덕한 시각으로 즐겼고, 그런 취향이 아니라면 이 감상문은 드라마 자체보다도 더 불편할 수 있어. 내게 인상깊었던 장면 하나는 진자오가 여자들을 차단하기 위해서 본인을 유부남으로 꾸밀 때, 아내도 딸도 무무였다는 거야. 양육자-피양육자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서사를 역겨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을 그렇게 해석해. 진자오에게 무무는 여동생이자 딸이자 아내, 그에게 있어 거의 모든 '여성'이 그녀야. 나머지 하나 결핍된 '여성'은 어머니였는데, 그 한과도 같은 것을 마지막에 강잉한이 채워 주지. 내게 그 모든 여정은 참 아름다웠어.

 

+ 드디어 쌍궤 졸업할 수 있겠네요... 이런저런 퍼먹을게 너무많아서 드원드 하다가 후기글에 다 녹이고 드디어 성불합니다.